지수, 파리패션위크 블랙 드레스
디올 2026 F/W 컬렉션이 파리 튈르리 정원의 연못에서 ‘산책’이라는 일상적인 행위를 패션의 언어로 확장하며 공개되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은 ‘보고 보이기(seeing and being seen)’를 핵심 테마로 설정하고, 1667년 대중에게 개방된 튈르리 정원의 ‘산책’ 문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패션이 타인의 시선과 상호작용하는 퍼포먼스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디올에 현대적인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앤더슨은 프랑스 문화의 **promenade(차려입고 공원을 거닐며 서로를 관찰하는 산책 문화)**와 flâneur(도시를 유유히 걸으며 사람과 풍경을 관찰하는 존재) 개념을 통해, 도시 속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을 런웨이 위에서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쇼는 튈르리 정원 연못 주변에 설치된 팔각형 구조의 인더라운드(in-the-round) 런웨이에서 진행되어 관객이 360도로 모델의 움직임과 실루엣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런웨이는 연못 외곽을 따라 이어졌으며, 좌석과 구조물은 파리 공원의 상징적인 녹색 의자를 참조해 설계되어 공원에서의 우연한 마주침과 시선의 교환 장면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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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의 초대장은 파리 공원의 상징인 녹색 철제 의자 미니어처로 제작되어 발송되었으며, 이는 파리의 일상적 미학을 소장 가능한 디자인 오브제로 확장한 시도였다. 쇼장 입구부터 관객은 파리의 역사적인 ‘산책자(Flâneur)’가 된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무대 연출 역시 컨셉을 강화하여, 팔각형 분수대 중심에 설치된 유리 온실 구조와 인조 연꽃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을 연상시키며 자연과 인공, 현실과 이미지의 경계를 흐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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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은 물이 빛을 반사해 거울처럼 보이는 지점에 주목하며, 도시 속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볼 때 실제 모습과 사회적으로 연출된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시각적 착시와 사회적 이미지’로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이는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에 등장하는 flâneur 개념과도 연결되며, 패션쇼를 하나의 도시적 장면으로 확장했다. 또한, 래드클리프 홀의 소설 『고독의 우물』에서 다룬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시선 사이의 긴장을 패션으로 번역하여, 겉보기에는 낭만적인 산책 장면이 타인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사회적 공간이기도 함을 보여주었다.
컬렉션 디자인은 디올의 상징적인 Bar Jacket 테일러링을 도네갈 트위드 소재와 여유로운 프로포션으로 재해석하고, 18–19세기 복식의 영향을 받은 구조와 결합하여 클래식 쿠튀르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확장했다. 프록코트형 재킷, 페플럼, 버슬 스커트, 티어드 튤과 같은 역사적 디테일이 구조적인 긴장을 만들어냈다. 플로럴 모티프는 단순한 프린트를 넘어 패턴 컷팅, 볼륨 실루엣, 아플리케 장식 등으로 구현되어 꽃잎처럼 비대칭으로 흐르는 드레이프 스커트, 꽃봉오리를 연상시키는 구조적 드레스, 연꽃 모티프 슈즈 디자인으로 발전했다. 앤더슨은 **“사물의 제작 방식(making of things)”**을 격상시키고자 데님과 같은 일상적인 소재도 자수 데님과 같은 쿠튀르적 기법으로 다루었다.